눈 내리는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4.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인천부터 자동차를 달려 동해 쪽을 죽 따라서 고흥까지 찾아온 손님이 있다. 겨울에 포근한 고흥인데, 마침 먼길 손님이 온 날에 눈이 펑펑 쏟아진다. 한 해에 한 차례 내릴까 말까 한 눈이 그득그득 쌓인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면서 도서관도 한결 썰렁하다.


  애써 찾아온 길인데 눈이 내리는구나.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고흥에서 보기 몹시 힘든 눈발을 구경하면서 도서관 나들이까지 할 수 있는 셈이니, 무척 뜻깊다고 할 만하다. 우리 집 아이들도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길을 걸어 도서관으로 간다.


  도서관 어귀 가시나무에도 눈이 쌓인다. 도서관 둘레 찔레나무와 탱자나무에도 눈이 쌓인다. 시든 돌콩 포기와 새로 돋으려는 민들레잎과 씀바귀잎에도 눈이 덮인다. 하늘이 하얗고 들이 하얗다. 모두 하얀 빛이다.


  눈이 내리지만 눈을 치우는 사람은 없다. 자동차를 모는 마을 어르신이 없으니 눈을 치울 까닭이 없다. 군내버스는 두 시간에 한 대 지나가니, 버스 잘 다니라고 눈을 치울 일도 없다. 게다가, 이 눈은 한낮이 지나면 모두 녹을 텐데.


  인천에서 찾아온 손님하고 도서관에서 나올 즈음 눈이 그친다.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밥을 먹는 동안 눈이 녹는다. 인천 손님은 금탑사 비자나무숲을 둘러보고 진도로 건너간다고 한다. 동백마을에서 금탑사로 넘어가는 길목을 자전거로 달려 본다. 지난해 여름까지는 자갈만 깔린 길이었는데, 어느새 아스팔트를 깔았다. 언제 깔았을까. 아스팔트는 깔았으나 노란 금을 아직 안 그었다. 아스팔트 덮은 지 얼마 안 되는가 보다.


  밤부터 아침까지 내리던 눈이 그친 지 한두 시간밖에 안 되지만, 햇볕이 쨍쨍 나면서 눈이 모두 녹는다. 길에도 눈이 없고, 논과 밭에도, 숲에까지 눈은 모두  녹는다. 이 모습을 보면, 언제 눈이 왔느냐고 할 만하다. 아침 낮 저녁으로 다른 날씨라고 할까. 재미난 시골이라고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오늘은 참 눈을 보기만 하면서 즐겁고, 눈을 만지면서 기쁘다. 눈송이가 고스란히 책이랄까. 눈송이를 바라보는 내 눈길과 아이들 눈길은 하나하나 사진이라고 할까.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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