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읽기
어린이책은 어린이가 읽도록 만드는 책이다. 그런데
어린이가 읽도록 만드는 책은 어린이부터 누구나 읽는다. 또한, 어린이 눈높이로 생각하거나 바라보거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두 읽는다. 한편,
어린이책은 어린이가 읽도록 만들지만, 어른이 만드는 책이다. 그래서, 어린이책을 읽는 첫 독자는 늘 어른이다. 어린이는 어린이책이 새로 나오는
줄 알 길이 없다. 어른들이 맨 먼저 알고, 어른들이 어린이책을 장만한 뒤 어린이한테 건네기에 어린이가 어린이책을 읽을 수 있다. 어린이 한
사람이 어린이책을 읽도록 하려고 수많은 어른들이 어린이책을 읽는다.
아이한테 읽히려고 어린이책을 장만하니, 아이로서는 어버이나 둘레 어른이 책을 선물해 줄 때에 고맙게 받아서 즐겁게 읽는다.
그런데, 아이일 적에 어린이책을 다 못 읽거나 미처 못 읽거나 그냥 안 읽기도 한다. 책보다는 놀이가 좋아, 놀이에 사로잡히는 나머지 책하고는
등지기도 한다.
이렇게 어린 나날 어린이책을 안 읽고 살며 어른이 된 사람이 나중에 짝꿍을 만나 사랑하면서 아이를 낳으면, 새삼스레 어린이책을
읽는다. 이녁 아이한테 읽히려고 어린이책을 새롭게 장만한다. 이때에 ‘왜 어린이였을 적에 안 읽은 어린이책을 이제 와서 읽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어린이책을 왜 어린이였을 적에는 못 읽고 어른이 되어서야 읽는가?’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릴 적에 이 사랑스러운 어린이책을 읽었으면 내 마음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하며, ‘이처럼 놀랍고 좋은 어린이책을 뒤늦게
깨닫고 읽으니 우리 아이를 한결 깊고 넓게 아끼고 사랑하는 빛을 얻는구나.’ 하고 깨닫기도 한다.
어린이책은 어린이가 읽도록 만드는 책이다. 틀림없다. 그런데, 어린이책은 어린이보다 어른을 더 일깨우고 가르치면서 눈물과 웃음을
뽑아내지 싶다. 어쩌면, 어린이책이란, 어린이한테 읽히겠다는 뜻을 내걸지만 정작 어른들이 착하고 참다우며 고운 마음을 언제까지나 한결같이
지키거나 보살피고 싶은 꿈을 담아서 빚는 책이라고 할 만하지 싶다. 4347.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