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놀이 9 ― 눈을 뭉쳐 볼까
이른아침에 큰아이가 쉬를 누다가 눈이 펄펄 내리는 모습을 본다. 나는 일찌감치 보아서 알지만 시침을 똑 떼고 아무 말을 안 했다. 아이 스스로 알아차리면 더 좋아할 듯해서. 내 생각대로 큰아이는 “아버지!” 하고 큰 소리로 부른다. 그러고는 “밖에 눈이 와요!” 하고 얘기한다. 말없이 사진기를 챙겨 마당으로 내려선다. 눈이 내려앉은 후박나무를 사진으로 담는다. 큰아이는 내가 아무 말을 안 했는데에도 혼자서 옷을 갈아입고 장갑을 끼며 두툼한 겉옷을 챙겨 입는다. 쳇, 여느 때에도 그렇게 ‘말 안 해도’ 옷 갈아입고 양말 꿰고 그러면 얼마나 귀엽니? 큰아이는 눈놀이를 하고 싶어 스스로 옷을 알뜰히 챙겨 입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맨손으로는 손이 너무 시린 줄 알았으니, 장갑 낀 채 눈을 그러모아 뭉친다. 눈을 맞으면서 마당을 이리저리 걷는다. 눈 오는 날에는 하염없이 눈을 맞기만 해도 즐겁단다. 4347.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