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님이 숨을 거두고 난 뒤 이 조그맣고 얇은 책 《다큐멘터리 사진을 말하다》를 읽었다. 책은 좀 일찌감치 장만했지만, 우리 집 한쪽 책상자에 그대로 둔 채 여러 달 삭혔다. 엊그제 아이들과 놀다가 등허리가 결려 자리에 모로 누운 채 이 책을 펼쳤다. 열뎌섯 가지로 간추린 최민식 님 사진넋이 흐른다. 최민식 님은 사진이론을 펼칠 적에도 글을 무척 길게 많이 쓰는데, 그 길고 많은 글 가운데 열여섯 가지 알짜를 추려서 묶은 《다큐멘터리 사진을 말하다》라고 할 만하구나 싶다. 사진을 좋아하는 젊은이한테 남기는 ‘짧은 사랑편지’라고 할까. 최민식 님이 밝힌 사진넋이 옳으냐 그르냐 하고 따지는 일은 부질없다. 즐겁게 읽고 사랑스레 느끼며 아름답게 삭히면 된다. 아무렴, 우리는 모두 “사진 ‘즐김이’”가 될 때에 빛난다. “삶 ‘즐김이’”가 되고 “노래 ‘즐김이’”가 되며, “사랑 ‘즐김이’”가 되어야지. 4347.2.7.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