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눈 맞는 후박나무
눈이 내려 우리 집 마당에도 소복소복 쌓인다. 이른 새벽부터 눈발을 깨닫는다. 지난밤에는 마당에 나가지 않았는데, 밤에도 이렇게 눈이 왔는가 보다. 밤에 아이들 쉬를 누이면서 한두 차례 마당으로 내려서서 별을 바라보곤 하는데, 어젯밤에는 두 아이 모두 밤오줌을 안 눈 터라, 나도 별마실을 안 했다.
이른 새벽부터 눈발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쉬 하러 마루로 나오면서 얼마나 놀랄까. 눈 눈 눈 하고 노래하던 아이들이 얼마나 기뻐할까.
후박나무에 내려앉는 겨울눈을 바라본다. 붉고 단단하게 맺는 몽우리는 눈빛과 어우러져 한결 짙고 붉으며 곱다. 마당에 큰 나무 있어 눈송이 사뿐사뿐 내려앉는 모습을 마주하니 얼마나 고마운가. 여름에는 그늘을 누리며 고맙고, 겨울에는 눈빛을 즐기며 고맙구나.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면서 후박눈을 구경한다. 이리 보아도 이쁘고 저리 보아도 이쁘다. 겨울눈이란 참말 하늘이 내리는 따사로운 선물이다. 펑펑 내려 어른 키높이만큼 쌓이는 눈도 하늘이 드리우는 선물이다. 이 눈이 있어 겨울숲은 새롭게 숨쉴 수 있다. 이 눈이 있기에 겨울들은 목마름을 풀고 새봄에 피어날 풀씨와 꽃씨와 나무씨 모두 포근하게 쉬면서 하얀 꿈을 꾼다. 4347.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