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를 켜야지 (도서관일기 2014.2.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저녁에 전화가 온다. 해 떨어진 겨울 저녁에 도서관마실 오고프다는 손님이 있다. 그러나, 우리 서재도서관은 아직 전기를 못 쓴다. 해가 떨어지면 책을 볼 수 없다. 그래서, 해가 뜨고 따뜻할 때에 도서관에 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먼 데서 고흥으로 나들이를 오신 분이라 하기에 전화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도화면 소재지에 계시다고 하기에, 읍내로 가는 길에 우리 마을 어귀로 지나가시라 말한다. 손전화 길그림을 보시겠지만, 틀림없이 고흥 길그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고흥군에서 만들어 나눠 주는 관광지도는 그야말로 관광지도일 뿐, 고흥 이곳저곳 다니는 데에 도움이 안 된다. 작은 마을까지 꼼꼼히 그려넣은 길그림이 마침 집에 하나 남았기에 이 길그림을 들고 두 아이를 데리고 저녁마실을 나온다.
바람이 잠들며 그리 안 추운 밤을 느낀다. 초승달이 하늘에 걸렸고, 달 둘레로 달무리가 있다. 아이들은 춥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마실을 나오니 좋아한다. 입으로는 추워, 손이 시려, 하지만 잘 뛰고 달린다.
길그림을 건넨 뒤 집으로 돌아오는데, 손전화에 쪽글 하나 온다. 고흥군 복지관에서 일하는 어느 분이 이튿날 아침에 도서관에 나들이를 오시려 한단다. 한겨울 지나가며 슬슬 날씨가 풀리니 도서관 손님도 찬찬히 늘어나려는가. 오늘 낮까지 밀린 어느 일을 하느라 참 바빴는데, 앞으로 며칠 이 일을 더 하면 좀 수월하고 느긋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 집 뒤꼍 풀도 조금 베고, 지난해에 갈무리한 돌콩 씨앗 살짝 심는 한편, 지난해에 다 못한 ‘곰팡이 핀 책꽂이에 니스 바르기’도 다시 해야지. 지난 1월 동안에는 새로 장만한 책을 책꽂이에 안 꽂고 한쪽에 쌓아 두기만 했는데, 이튿날에 손님이 오시면 이 책들을 찬찬히 꽂고 치워야겠다. 곧 봄이니 기지개를 켜야지.
오늘 아침에는 ‘1인잡지 함께살기’ 9호로 《동시를 어떻게 읽을까》를 소량인쇄 주문을 넣었다. 요 며칠 바람 드세게 불며 온도가 퍽 떨어졌지만, 봄이 코앞에 온 줄 느낄 수 있다. 집 둘레로 갈퀴덩굴과 쑥과 갓과 살갈퀴와 코딱지나물을 비롯해 온갖 봄풀이 듬성듬성 고개를 내민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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