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툭 치다

 


  느낌글을 쓰려고 책을 사진으로 찍는데, 마루와 방 사이를 바지런히 오가며 뛰노는 작은아이가 뒤에서 툭 친다. 툭 치는 바람에 찰칵 하고 사진기를 누를 적에 크게 흔들린다. 요 녀석, 마룻바닥에 쪼그려앉아서 사진을 찍는 아버지는 거들떠보지 않느냐?


  일곱 살 큰아이도 동생하고 놀면서 걸핏하면 아버지를 툭툭 친다. 사진을 찍을 적에도 글을 쓸 적에도 자꾸 팔을 치고 등과 허리를 친다. 글을 쓰다가 볼펜이 비죽 밀리면서 공책이나 책에 굵다락 줄이 죽 그어진다. 아아, 디지털사진은 지우고 다시 찍으면 된다지만, 볼펜으로 망가진 공책이나 책은 어쩌니?


  일을 하지 말고 놀자는 뜻일까. 일은 조금 쉬라는 뜻인가. 툭툭 건드리지 않을 때까지 함께 땀을 쏘옥 빼도록 놀아야 한다는 뜻이려나.


  하기는. 일곱 살과 네 살 아이가 까르르 웃고 떠들면서 뛰놀지 않으면 안 어울린다. 너희들 너는 자리에 걸리적거린 아버지가 잘못했지. 4347.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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