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어, 너 갈퀴덩굴

 


  봄을 부른다는 복수초가 피었다고도 한다. 우리 집은 아직 숲이 아닌 마을이 있기에 복수초를 보지는 못한다. 그러나, 복수초가 피기 앞서 우리 집에는 갈퀴덩굴이 올라왔다. 복수초에 앞서 냉이꽃이 피었고, 코딱지나물꽃이 피었으며, 보리뺑이꽃도 피었다. 무엇보다 올해에는 2월 3일부터 드디어 갈퀴덩굴을 뜯어서 먹는다.


  갈퀴덩굴이 뜯어서 먹을 만한 크기까지 돋도록 기다리고 기다렸다. 새해 들어 처음 뜯는 ‘집풀’ 맛이란 얼마나 싱그럽고 푸른지 모른다. 아삭아삭 소리 조그맣게 나는 갈퀴덩굴을 몸에 담으면서 포근한 기운과 고마운 기운을 받는다. 올해에도 우리 식구한테 푸른 숨결 나누어 주는 집풀이 듬뿍듬뿍 돋겠구나 생각한다.


  갈퀴덩굴에 앞서 갓풀이 먼저 고개를 내밀었는데, 갓풀은 아직 우리 식구한테 쓰다. 앞으로 몇 해 더 이 시골집에서 지내면 갓풀도 안 쓰게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갈퀴덩굴을 이레쯤 즐기다 보면 쑥도 뜯을 만큼 싱그러이 돋겠지. 오물조물 앙증맞게 고개를 내민 쑥풀을 쓰다듬고, 예쁘장하고 푸른 줄기 올린 갈퀴덩굴을 복복 뜯는다. 4347.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