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시간 마실길

 


  충청북도 음성에서 전라남도 고흥으로 여덟 시간 걸쳐 돌아온다. 다른 때와 견주면 한 시간 일찍 돌아온다. 오늘은 조치원 기차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꼭 15분이었고, 순천 버스역에서는 5분만 기다리고 고흥 들어가는 버스를 잡았다. 순천 기차역에서 순천 버스역까지 택시를 탔기에 고흥으로 들어가는 시외버스를 다른 때보다 일찍 잡았다고 느낀다.


  시골집에서 시골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와서 한 시간 지나고 나서 나란히 똥을 눈다. 큰아이는 어제 똥을 못 누어서 오늘 어찌 될까 살짝 안쓰러웠는데, 기차와 버스에서 똥이 마렵지 않다고 집으로 와서 똥을 누니 고맙다. 작은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아침에 똥을 두 차례 누었는데 한 차례 더 누었다. 이제 다들 속이 시원하겠지?


  자동차 달리는 소리 하나 없고, 빗소리 들으면서 밤새 노래하며 지나가는 소리 듣는 우리 고흥 시골집이 즐겁다. 여덟 시간 걸려 돌아오는 길에 우리 두 아이 잘 견디어 주어서 새삼스레 고맙다. 너희들이 잘 와 주었으니 아버지도 너희를 보듬으며 돌아오면서 몸이 그리 힘들지 않구나. 다만, 어깨는 몹시 뻑적지근하다. 4347.2.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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