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05] 가시버시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빨면서
  비로소 서로 한마음.

 


  젖은 어머니만 물립니다. 그러나 아버지젖을 아기한테 물려 보면, 나오지 않는 젖을 빤다며 쪽쪽대는 입놀림을 볼 수 있습니다. 팔뚝을 아기 입에 대면, 아기는 눈도 못 뜨면서 팔뚝을 쪽쪽 빱니다. 하루에 마흔 차례까지 쉬를 지리기도 하는 아기는 쉴새없이 기저귀를 갈라 시키고, 하루 내내 기저귀 빨래를 내놓습니다. 기저귀 갈고 아기 안아서 보듬으며 밥을 차려서 먹고 집살림 꾸리노라면, 아침에 뜬 해가 저녁에 지는 줄 미처 못 깨닫기도 합니다. 사랑이 있을 때에 빛나는 삶은, 서로 어떻게 목숨을 얻고 숨결을 이으며 오늘까지 왔는가 하고 느낄 적에 새삼스레 아름답습니다. 4347.1.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