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92] 고양이 가방


 

  설을 맞이해 두 아이를 데리고 음성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뵈러 길을 나섭니다. 선물 두 꾸러미와 아이들 옷가지와 여러 가지를 챙긴 커다란 가방을 짊어집니다. 마실길에 아이들 먹일 밥을 챙긴 천가방을 어깨에 낍니다. 큰아이는 저도 가방을 메겠다면서, “아버지, 내 고양이 가방은?” 하고 묻습니다. 큰아이 손이 안 닿는 데에 걸어 놓은 고양이 가방을 내려서 주니, 이 가방에 고양이 인형 하나와 동생 자동차 인형 하나를 넣습니다. 그러고는 씩씩하게 둘러메고 함께 걷습니다. 새빨간 빛깔에 하얀 고양이 얼굴이 큼직하게 붙은 가방을 가리켜 큰아이는 언제나 ‘고양이 가방’이라 말합니다. 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가서 기차로 갈아타며 가는 길에 큰아이는 동생과 고양이 놀이를 합니다. 큰아이 가방에 붙은 고양이를 가리키는 상표이름이 있기는 하지만, 큰아이한테 굳이 상표이름을 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흰얼굴 고양이이니까 그저 고양이 가방일 뿐이거든요. 4347.1.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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