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91] 뻐꾸기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나가는 길입니다. 마을 어귀를 벗어날 즈음,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아버지, 뻐꾸기 눌러 봐요, 뻐꾸기.” 하고 말합니다. “응?” 하고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아하 하고 깨달으면서, 자전거 손잡이에 붙인 ‘뿡뿡’ 소리나는 나팔을 누릅니다. 딸랑딸랑 울리면 ‘딸랑이’인데, 우리 자전거에 붙인 조그마한 나팔에서 나오는 소리를 아이는 뻐꾸기 소리로 느껴 ‘뻐꾸기’라고 하는구나 싶습니다. 뿡뿡 뿡뿡 소리를 내면서 새롭게 생각해 봅니다. 일곱 살 어린이 귀에는 이 소리가 ‘뻐어꾹 뻐어꾹’처럼 들렸을까요. 곰곰이 귀를 기울이니, 이렇게 들을 수 있습니다. ‘빵빵’으로 들었으면 아이는 ‘빵빵이’라고 말했을는지 모르고, ‘뾰롱뾰롱’으로 들었으면 아이는 ‘뾰롱이’라고 말했을는지 몰라요. 듣는 대로,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는 대로 새 이름이 태어납니다. 천천히 천천히 나팔을 누르면서 뻐어꾹 뻐어꾹 소리를 내어 봅니다. 4347.1.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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