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이 즐거워

 


  큰아이는 무엇이든 일손을 거들고 싶다. 큰아이로서는 놀이일 수 있지만 큰아이한테는 새롭게 땀을 흘리면서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요 며칠 부엌에서 “나도 칼로 썰 수 있는데. 저번에 달걀 썰었어. 얼굴도 안 다치고 손도 안 다쳤어.” 하고 말하면서, 저도 무를 썰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칼질을 하는데 왜 얼굴이 다칠까 궁금했지만, 그냥 아이 입에서 터져나온 말이겠지.


  짐을 들어서 나를 적에 큰아이는 저도 한몫 거들고 싶다. 두 손으로 영차영차 힘을 모아 나르고 싶다. 꽤 무거워도 씩씩하게 나른다. 오랫동안 먼길을 나르지 못하지만 다문 몇 걸음이라도 나르는 매무새가 고마우면서 반갑다. 이렇게 천천히 온몸과 손아귀에 힘을 붙이면서 자라겠지. 이렇게 몸을 쓰고 움직이면서 튼튼하게 크겠지. 4347.1.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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