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곁에 서면 작다

 


  아이들은 작다. 아이들은 참 작다. 키도 작고 몸도 작다. 얼굴도 작고 손과 발도 작다. 그런데, 여느 때에는 아이들이 작은 줄 으레 잊는다. 밥을 차리면서 수저를 밥상에 얹다가 ‘그래, 아이들은 작지.’ 하고 깨닫는다. 아이들한테 밥을 먹이면서 조그마한 입을 보며 ‘그래, 아이들은 작아.’ 하고 깨닫는다. 아이들 옷을 갈아입히고 빨래를 하면서 ‘그래, 아이들은 작은걸.’ 하고 깨닫는다. 졸리거나 힘들다는 아이를 안고 거닐면서 ‘그래, 아이들은 작잖아.’ 하고 깨닫는다. 그리고, 마당에 이불을 널어 해바라기를 시키는데, 이불 사이사이 오락가락하면서 머리를 디밀며 놀곤 하는 아이들을 보다가 ‘그래, 아이들은 작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닫는다.


  얼마나 작은 아이들인가. 이렇게 작으면서 얼마나 곱게 빛나는 아이들인가. 이처럼 작은 숨결에서 예쁜 웃음은 얼마나 사랑스레 피어나는가. 사람이 만드는 문화와 문명이 끝없이 발돋움하더라도, 갓 태어난 아기가 자라는 빠르기는 도무지 발돋움하지 않는다. 예나 이제나 아기는 똑같이 아기이다.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을 살고,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도 열 몇 해를 천천히 큰다. 생명공학이나 유전자공학이 사람 목숨을 어떻게 헤집거나 건드릴는지 모르나, 사람한테 ‘아기’와 ‘어린이’란 얼마나 커다란 빛이요 꿈인가. 이 작은 사람들이 콩콩 뛰고 달리는 모습이란, 어른들한테 얼마나 고마운 빛살이요 꿈날개인가. 아이들이 천천히 자라는 뜻이 있다. 4347.1.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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