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한 마리
읍내마실을 한다. 설에 가져갈 선물을 생각하다가 ‘고흥에서 쉽게 구경하지만 음성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것으로 하면 좋겠다고
느낀다. 읍내 저잣거리 한켠에서 할매들이 숯불에 물고기를 굽는다. 숯불구이 물고기라 할 텐데, 고흥에서는 제사상에 으레 올린다고 한다. 여느
때에는 얼렸다고 따뜻하게 덥히기만 하면 어느 때라도 먹을 수 있다고 하니, 며칠 얼린 뒤 잘 싸서 들고 가면 되리라.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가져갈 몫을 빼고, 집에서 아이들 먹일 몫을 챙긴다. 밥상을 차리며 물고기를 올린다. 얼마만에 밥상에 ‘고기’가 올라왔는지 모르겠으나, 아이들이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다. 고기를 너무 안 주었나? 그렇지만 얘들아, 설이 되어 며칠 할머니 밥상을 받으면, 끼니마다 고기가 오른단다. 우리는
시골집에서만큼 단출하게 풀내음 밥상을 누리자. 아무튼 아직 두 아이는 젓가락으로나 손가락으로나 고깃살을 바르지 못한다. 내가 손으로 척척 발라서
두 아이 밥그릇에 골고루 얹는다. 두 아이는 밥그릇에 얹은 고깃살을 바지런히 집어서 먹는다. 네 살 작은아이는 물고기 껍데기가 조금 있으면 못
씹는다. 한참 씹다가 뱉는다. 그래, 너한테는 이 맛있는 껍데기를 못 주네. 일곱 살 큰아이한테만 껍데기를 조금 주고 나머지는 내가 먹는다.
아이들은 고깃살을 먹고 어버이는 껍데기를 먹는다. 손으로 고깃살을 바르고 가시를 훑다가 예전 모습을 그림처럼 떠올린다. 우리 어머니도 형과 내
밥그릇에 손으로 고깃살 발라서 얹으셨고, 이녁은 껍데기를 드셨다. 그래, 어른들은 껍데기를 먹는구나. 어릴 적에 고깃살을 실컷 먹었을 테니,
어른이 되면 껍데기를 실컷 먹으면 되는구나. 4347.1.2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