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1.15.
 : 추워도 재미난 자전거

 


- 새해에 일곱 살을 맞이한 큰아이는 곧 스스로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까지 함께 다녀올 수 있을까. 큰아이는 면소재지까지 걸어서 다녀올 만큼 다리가 튼튼하기는 하지만, 자전거는 어떠할는지 아직 모른다. 새끼바퀴를 붙인 채 간다면 갈 수 있을는지 모르는데, 거의 걷는 빠르기와 같지 않나 싶기도 하다. 큰아이가 혼자 자전거를 타도록 하자면, 샛자전거는 떼고, 작은아이 태울 수레만 붙인 채 달려야지 싶다. 아무튼, 아버지가 이끄는 자전거에 붙이는 샛자전거에서 내려 혼자 자전거를 달리자면, 한겨울에도 즐겁게 자전거를 탈 줄 알아야 한다. 겨울에는 겨울바람 쐬는 재미를 누리고, 여름에는 여름바람 맞는 즐거움을 누릴 때에 비로소 자전거를 탄다. 덥다고 안 타거나 춥다고 안 타면 자전거를 못 탄다. 더울 적에는 더위를 잊는 자전거를 떠올리고, 추울 적에는 추위를 잊는 자전거를 헤아려야 비로소 자전거를 탄다.

 

- 작은아이는 서재도서관에 들를 때까지는 씩씩하게 놀더니, 마을을 벗어날 무렵부터 수레에서 잠든다. 우체국에 닿으니 새근새근 잘 잔다.

 

- 바람이 세다. 우체국에 닿을 무렵에 모자를 벗은 큰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추워서 고개를 폭 숙이고 말이 없다. 호덕마을 지나서 자전거를 세운다. “벼리야, 추우면 모자를 써.” “응, 그런데 안 써져.” “그러니? 그러면 내려서 이리 와 봐.” 장갑 낀 손으로는 모자를 쓰기 힘든 듯하다. 자전거에 앉은 채 큰아이 모자를 씌워 준다. 머리카락으로는 귀를 덮어서 귀가 덜 시리도록 한다.

 

- 우리 마을로 돌아올 무렵 작은아이가 깨어난다. 애써 잠이 들었으나, 꼭 집에 닿으면 깬다. 그런데 오늘은 안아서 잠자리에 누이고 이불을 덮어 주니, 한 시간 남짓 더 잔다. 졸립기는 졸렸네. 아침부터 개구지게 놀았으니. 큰아이는 마당에서 제 자전거를 타며 빙글빙글 돈다. 슬슬 샛자전거를 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달리기를 꽤 잘 하고 키가 제법 자랐으니 5킬로미터쯤 신나게 달릴 만하지 않으랴 싶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