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28. 살아가는 대로
배운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그동안 무엇을 배우거나 익힌 뒤, 이 아이한테 아름다운 사랑과 꿈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 헤아려
봅니다. 우리들은 마음에 맞는다는 짝을 만났을 적에, 이녁한테 어떤 사랑과 꿈을 얼마나 아름답게 나누어 줄 수 있는지 헤아려 봅니다. 마음에
맞는 짝하고 속삭이는 사랑을 누구한테서 배울까요. 마음에 맞는 짝하고 꽃피울 꿈은 어떤 책이나 교과서에서 배우는가요.
학교에서는 사랑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니, 이 나라 학교에서는 사랑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이 나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꿈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이 나라 대학교에서도 꿈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 가운데 아이한테 사랑과
꿈을 즐겁고 예쁘게 날마다 꾸준히 물려주는 분은 생각보다 퍽 드뭅니다.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가르치는 셈일까요.
곰곰이 따지자면, 요즈음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른들 가운데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사랑과 꿈을 제대로 배운 적 있는 사람이 매우
드물어요. 요즈음 스물∼마흔 나이인 어른을 잘 들여다보셔요. 모두들 하나같이 입시지옥에 시달리다가 짝을 만나고 혼인을 한 뒤 아이를 낳았어요.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동안 사랑이나 꿈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입시지옥에서 벗어난 뒤에는 취업지옥에 시달렸고, 취업지옥에서 시달리다가 겨우
혼인해서 아이를 낳았어요. 이런 틈바구니에서 ‘아이돌보기’라든지 ‘아이하고 사랑과 꿈 나누기’를 돌아볼 겨를은 아예 없을 만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하고 나눌 사랑과 꿈을 배운 적이 없더라도, 어설프거나 섣부르거나 어수룩하다 하더라도, 아이하고 빙그레 웃기도
하고 아이랑 느긋하게 놀기도 합니다. 제대로 모르니 부딪히면서 배웁니다. 이제껏 생각조차 못하던 일을 곰곰이 되새기면서 비로소 배웁니다. 아이
어머니뿐 아니라 아이 아버지도 여태 배운 교과서 지식이나 학교 졸업장으로는 ‘아이를 참답고 착하며 곱게 사랑하고 아끼면서 돌보는 길’을 밝히지
못한다고 깨우치곤 합니다.
육아책 읽은 일이 없어도 두렵지 않습니다. 육아교육 받은 적이 없어서 무섭지 않습니다. 마음 가득하게 샘솟는 웃음과 사랑과
노래가 있으면 됩니다. 마음으로 아이를 사랑하고 돌보면 됩니다. 우리들은 ‘육아 전문가’가 되어야 할 까닭이 없어요. 우리는 누구나 ‘아이
어머니’나 ‘아이 아버지’가 되면 넉넉합니다.
사진을 잘 찍고 싶은가요? 그러면, 살아가는 대로 스스로 부딪히면서 즐겁게 배우면 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진 전문가’가
되어야 하지 않아요. ‘사진 즐김이’가 되고 ‘사진을 노래하는 사람’이 되면 넉넉해요.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때에, 언제나 새롭게
사진을 배우면서 나눌 수 있습니다. 4347.1.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