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 열매 책읽기

 


  꽃이 피면 열매를 맺는다. 열매를 맺으면 씨앗을 떨군다. 씨앗을 떨구면 새롭게 자라날 어린나무를 보듬는다. 돌고 돌면서 푸른 숨결이 자란다. 흐르고 흐르면서 붉은 빛이 짙다. 작고 하얀 찔레꽃이 남기는 찔레 열매는 붉다. 가을날 숲과 들에 붉은 빛깔 남기는 찔레 열매는 작은 새들을 부른다. 큰 새는 가시 비죽비죽 돋은 찔레나무 덤불로 깃들지 못한다. 가볍게 나뭇가지에 앉아 콕콕 부리질 할 수 있는 작은 새들이 찔레 열매를 차지한다.


  붉은 열매 한 톨 톡 딴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본다. 아이한테 내밀어 맛을 보라 한다. 어떤 가을빛이 이 열매에 스몄을까. 어떤 가을빛이 이 열매에 깃들었을까. 새들은 이 열매를 먹으면서 무엇을 생각할까. 작은 열매를 먹는 작은 새는 배고픔을 달래면서 어떤 기운을 차릴까. 숲은 언제나 모든 목숨을 살뜰히 아낀다.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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