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옥 님 만화책 (도서관일기 2014.1.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우리 도서관으로 마실을 오는 분들은 으레 ‘아직까지 간판조차 안 붙인 낡은 폐교 건물’에 먼저 놀라고, ‘폐교 건물을 그득 채운 책’에 다시 놀라며, ‘사진책도서관이라 하면서 만화책이 무척 많다’며 새삼스레 놀란다.


  그런데, 그림책이나 국어사전 또한 엄청나게 많은 모습에는 그리 안 놀란다. 수백 가지 국어사전을 갖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을 텐데, 이런 모습에는 왜 안 놀랄까. 아무래도 국어사전을 여느 때에 들여다볼 일이 없어, 저 책들이 국어사전인지 아닌지조차 모르기 때문일까. 여느 때에 그림책을 ‘책으로 여긴’ 적이 없어,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이 퍽 많은 모습에도 그리 놀랄 일이 없을까.


  생각해 보면 그렇다. 책을 좀 읽는다는 사람들치고 ‘책을 읽는다’고 할 적에 ‘두툼한 인문책 읽기’만 생각하지, ‘그림책 읽기’를 생각하지 않는다. ‘만화책 읽기’롤 ‘책읽기’로 여기는 평론가나 지식인이나 기자 같은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그림책이나 만화책을 ‘책을 읽는다’는 틀에 넣지 않으니, 그림책이나 만화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그림책 작가와 만화책 작가가 얼마나 땀을 쏟고 힘을 들이는지를 하나도 모른다. 그림책 작가가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려 어린이부터 할매 할배까지 두루 즐길 만한 책 하나 내놓기까지 흘리는 땀빛을 알아채는 어른이 꽤 적다. 만화책 작가가 조그마한 만화책 한 권에 그림으로 이야기를 알알이 엮으려고 얼마나 많은 책과 자료를 읽고 다리품을 팔며 손품을 들이는가를 알아보는 어른이 무척 적다.


  강경옥 님 만화책을 새삼스레 들여다본다. 요즈막에 강경옥 님 만화책 《설희》를 표절하여 ‘재미난 소재’를 가로챈 연속극이 널리 눈길을 끈다. 그 연속극을 보는 이들은 강경옥 님 만화책 《설희》를 읽지 않았으리라. 이 만화책이 1만 권 넘게 팔렸는지 알 길도 없지만(얼마 안 팔린 듯하다. 며칠 앞서 새책으로 다시 장만하고 보니 간기에 고작 2쇄라 찍힐 뿐이니), 표절 말썽이 불거진대서 만화책을 씩씩하게 사서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나저나, ‘사진책도서관’에 왜 만화책이 있을까? 사진책도서관에 왜 만화책을 둘까? 아주 마땅한 소리이지만, 만화책이 있어야 하니까 있고, 만화책을 둘 만하니까 둔다. 만화책 한 권을 엮는 작가들은 사진책도 인문책도 어린이책도 국어사전도 곁에 두면서 ‘책을 무척 많이 읽’는다. 사진책을 한 권 제대로 내놓으려고 하는 작가라면, 사진책뿐 아니라 다른 그림책과 만화책과 인문책과 어린이책을 두루 알뜰히 읽으면서 우리 삶과 사회와 이웃을 제대로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사진책 읽기’를 즐겁게 하자면 ‘그림책 읽기’를 즐겁게 할 줄 아는 눈매가 있어야 한다. ‘사진책 읽기’를 사랑스레 하자면 ‘만화책 읽기’를 사랑스레 할 줄 아는 눈빛이 있어야 한다. 사진책만 들여다본대서 사진책을 잘 읽지 못한다. 사진기만 잘 다룬대서 사진을 잘 찍지 못한다. 돈만 많대서 기부나 이웃돕기를 잘 하지 못한다. 글만 잘 쓴대서 신문글을 잘 쓰거나 우리 이웃 이야기를 널리 알리지는 못한다.


  마음이 있어야 사진을 찍고 사진책을 읽는다. 마음이 있어야 아름다운 빛을 글로 담고 이웃들이 쓴 글을 읽을 수 있다.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소식지인 〈삶말〉 11호를 내놓았다. 도서관에 갖다 놓는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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