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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꽃미남
켄모치 마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읽기 삶읽기 152
내가 꽃미남이면 넌?
― 너는 꽃미남
마요 켄모치 글·그림
장혜영 옮김
미우 펴냄, 2008.12.15.
재미있구나 싶은 책을 골라서 읽는 사람도, 재미없구나 싶은 책을 골라서 읽는 사람도, 바로 나이다. 내가 스스로 골라서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을 나란히 읽는다. 눈을 맑게 밝히면 내 삶에 재미있는 책을 즐겁게 고르고, 눈을 맑게 밝히지 못했을 적에는 내 삶에 재미없는 책을 엉뚱하게 고른다.
마요 켄모치 님 만화책 《너는 꽃미남》(미우,2008)은 나한테 어떤 책일까? 재미있는 책? 재미없는 책?
처음 책이름을 보았을 때부터 ‘뒤집기’로 엮어 이야기를 들려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참말, 처음부터 끝까지 ‘뒤집기’를 보여준다. 그런데, 그뿐이다. 다른 어떤 빛도 넋도 꿈도 드러나지 않는다.
..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 그렇다. 그는 분위기 파악을 안 해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꽃미남 얼굴값 .. (10쪽)
그림을 그린 이와 함께 지내는 사내는 ‘얼굴을 보지 않았다’고 말한다. 거짓말 아닌 참말이라 느낀다. 그러면, 그림을 그린 이는 무엇을 보았을까? 얼굴을 보았다. 그래서, 이 만화책 그린 이는 ‘얼굴값에 따르는 뒤치닥거리’를 하며 산다. 얼굴이 아닌 ‘마음을 보며 짝을 찾은’ 꽃미남 사내는 얼굴값 아닌 마음값을 하는 짝을 만나서 지내니, 딱히 걱정할 일이 없다. 마음이 착한 사람하고 지내면서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이 만화책은 ‘꽃미남 남자친구’가 얼마나 바보스러운가를 넌지시 보여주는 듯하지만, 이보다는 ‘남자친구를 꽃미남으로밖에 보지 못한 스스로’가 얼마나 바보스러운가를 더 똑똑히 보여준다고 느낀다. 사람을 겉만 보고 헤아렸으니 ‘얼굴값만 하는 사내’하고 살아가지 않겠는가. 사람을 마음속으로 보고 살핀다면 ‘마음값 하는 사내’하고 살아갈 테지.
이기고 진다고 하는 틀이란 없다. 그런데, 이 만화책에서 ‘꽃미남 사내’는 딱히 잘못하는 일이 없다. 왜냐하면, 이녁은 다른 사람 눈치를 보거나 입맛을 맞추는 일이 없다. 스스로 하고픈 일을 한다. 이와 달리 ‘꽃미남 남친과 지내는 아가씨’는 다른 사람 눈치를 보거나 입맛을 살피느라 벅차다.
스스로 아름답고 즐겁게 살아가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는 그린이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와 거꾸로, 그린이가 ‘꽃미녀’이고 남자친구가 못생겼다면? 그때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그때에도 이런 만화를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 4347.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