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29. 2013.12.1. 조롱박 안고
큰아이가 거의 머리통만 한 조롱박을 하나 품에 안는다. 박씨가 조용히 퍼져서 꽃을 피우고 이렇게 열매까지 맺었겠지. 손을 타지 않고 덩그러니 매달린 조롱박을 하나 딴다. 박 안에는 씨앗이 있을 테지. 어떤 씨앗이 어떻게 있을까. 이듬해에도 같은 자리에서 새롭게 박덩굴 오르면서 조롱박이 다시 맺을까. 제법 무거운 박덩이를 두 손으로 감싸고 품에 안는다. 흙이 베푸는 선물을, 햇볕과 바람과 빗물이 일군 고운 선물을, 아이는 기쁘게 맞아들여 활짝 웃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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