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부들 책읽기
여름에 꽃이 피고 나서 도토리빛으로 열매를 맺는 부들을 바라본다. 예부터 부들은 어느 자리에 썼을까. 시골에서 으레 만나는 부들인데, 부들 열매와 부들잎, 부들줄기를 어느 자리에 얼마나 알뜰히 썼을까. 겨울로 접어들어 부들 열매는 솜털로 뒤덮인다. 씨앗을 퍼뜨리는 모습일까. 이 겨울이 지나면 이 억세고 단단하면서 무척 보드랍기도 한 줄기는 시들까. 아니면, 이듬해 봄에 다시 씩씩하게 새로운 잎을 내고 꽃을 피우면서 열매를 맺을까. 마을 어귀에 아무도 일구지 않는 빈논이 한 곳 있어, 해마다 봄가을 여름겨울 헤아리면서 부들꽃과 부들 열매를 마주한다. 솜털이 흩날릴 무렵 비로소 겨울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새봄이 찾아오면 부들줄기는 어떤 빛이 될까. 천천히 기다린다. 4347.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