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노래 부르기
이오덕 님이 쓴 글에 백창우 님이 가락을 붙인 〈염소〉라는 어린이노래가 있다. 아이들한테는 살짝 길다 할 만한 노래이지만, 노랫말과 가락이 아름답다고 느껴 곧잘 이 노래를 자장노래나 놀이노래 삼아 불렀다. 보름쯤 앞서부터 이 노래를 종이에 반듯하게 옮겨적어 큰아이한테 보여주었다. 노래가 어느 만큼 익숙하니까 이 노랫말을 공책에 옮겨적으며 한글을 익히라고 했다.
아이는 글씨놀이보다는 노래를 제대로 익히는 쪽에 더 마음을 쓴다. 그래서, 공책에 글씨는 더듬더듬 옮겨적고, 노래만 한참 부른다. 이렇게 보름쯤 흐르니, 큰아이는 노래를 한 군데도 안 틀리고 아주 잘 부른다. 어젯밤 잠자리에 큰아이가 〈염소〉를 아주 또릿또릿 맑으며 고운 목소리로 불러 주었다.
잠자리에 들면, 작은아이가 먼저 조잘조잘 노래를 부른다. 누나랑 아버지더러 잘 자라며 부르는가 보다. 작은아이 조잘거림이 살짝 수그러들 무렵 내가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작은아이는 또 조잘조잘 따라한다. 내가 노래를 마치면, 큰아이가 살며시 큼큼 한 다음 노래를 부른다. 큰아이도 동생과 아버지가 잘 자기를 바라며 부르는 셈일 테지.
서로서로 잘 자도록 노래를 불러 준다. 서로서로 마음 곱게 가다듬어 노래를 부르면서 스스로 고운 마음이 된다. 자장노래가 아름다운 까닭이란, 어버이가 아이들한테 책을 읽어 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 아름다우며 뜻깊은 까닭이란, 바로 우리들 목소리에는 우리 스스로 살찌우면서 둘레 사람들을 따스한 빛으로 감싸는 사랑이 깃들기 때문이로구나 싶다. 4347.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