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 두고 나온 아이들

 


  내가 왜 시외버스에서 이렇게 골골대면서 몸이 아팠는가를 돌아본다. 스스로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탓일 텐데, 왜 나는 시외버스에서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을까.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삶인데, 아이들을 시골집에 두고 나온 탓 아닌가. 아이들하고 함께 다닐 만한 곳에 다니며, 아이들이 곁에서 신나게 놀 수 있을 만한 데에서 일을 하려는 내 뜻과 길인데, 이런 흐름하고 엇나가면서 몸을 축냈기 때문 아닌가.


  아이들하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으면 아플 일이 없다. 아이들과 맛나게 밥을 먹으면 아플 일이 없다. 아이들과 신나게 뛰놀다가 어른인 내 일을 하면 힘들거나 고될 일이 없다.


  아이들이 위층 아래층 걱정하지 않고 개구지게 뛰놀 수 있는 보금자리일 때에, 어른도 씩씩하고 아름답게 일할 수 있다. 아이들이 뭐 잘못 만질까 걱정할 일이 없이 신나게 놀 수 있는 터전일 때에, 어른도 착하고 참답게 일할 수 있다.


  어른도 속이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운 시외버스라면,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어른도 도시에서 자동차 소리로 귀가 아프고 매캐한 바람 때문에 재채기가 나오면, 아이들은 얼마나 고될까. 아이들이 즐겁게 다니면서 방긋방긋 웃을 수 있는 마을이 되어야지 싶다.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웃으면서 맑게 노래하고 뛰놀 만한 도시요 시고이 되어야지 싶다. 4347.1.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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