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서 하룻밤 자는 마음

 


  아버지 혼자 서울로 바깥일을 하러 가면서 진주에서 하룻밤 묵습니다. 서울이나 인천까지 가서 하룻밤 묵을까 하다가, 늘 가는 곳만 가지 말자고, 고흥에서 살짝 가까운 곳까지만 나와서 하룻밤을 느긋하게 묵고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서 바깥일을 보자고 생각합니다.


  진주에서 하룻밤을 묵는데, 잠자는 곳 불을 끄고 드러눕는데, 새벽에 일어나기까지 귀가 쟁쟁합니다. 잠자는 곳 바깥으로 지나다니는 자동차는 열두 시에도, 한 시에도, 두 시에도, 세 시에도 …… 다섯 시가 되고 여섯 시가 되도록 그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네 식구 지내는 시골집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동차 소리를 거의 안 들어요. 택배 일꾼 짐차나 우체국 일꾼 오토바이 소리만 곧잘 듣습니다. 시골마을 조그마한 집에서 잠자리에 들 적에 그토록 고요하면서 아늑했다고 깨닫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곁님하고 포근하게 밤잠을 누리려나? 아마, 따사롭고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하겠지요.


  아직 시골로 삶자리 옮기지 않던 지난 어느 날을 떠올립니다. 참말 아침저녁으로 자동차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귀를 쉴 곳이 드물었습니다. 귀와 몸과 눈과 마음을 느긋하며 차분하게 쉴 자리가 드물었습니다. 큰아이 태어난 집은 복선전철길이 바로 코앞에 붙은 자리라, 자동차 소리뿐 아니라 전철 소리까지 하루 내내 들들 볶았습니다.


  도시에도 풀벌레 살고 멧새와 텃새 날아다니지만, 도시에서 풀노래나 새노래를 듣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도시에서 바람노래를 듣거나 숲노래를 즐기거나 꽃노래를 나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4347.1.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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