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고속도로

 


  해 떨어진 저녁에 순천 버스역부터 진주 버스역까지 달린다. 고속버스에 접어든 저녁 시외버스는 아주 빠르다. 거침없다. 쏜살같다.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저 앞 속도계를 들여다볼 수 없지만 얼추 120∼140 사이를 오락가락한다는 느낌이다. 마주 달리는 자동차나 옆에서 나란히 달리는 자동차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차바퀴 소리와 엔진 소리와 슉슉 옆 찻길에서 다른 자동차들 스치는 소리가 크다. 버스를 모는 일꾼은 텔레비전 연속극을 아주 큰 소리로 틀었다. 모두들 저 소리에 빠져들었을까. 문득문득 창밖을 바라보는데 온통 새까맣다. 내 눈에는 까만 빛깔만 보이지만, 틀림없이 창밖으로 숲과 멧자락과 들과 마을이 있겠지. 엄청나게 내달리는 시외버스 고속도로 둘레에 시골숲과 시골마을 있겠지.


  자동차를 달리는 사람은 어떤 소리를 마음에 담을까. 달리는 자동차에서는 어떤 빛깔과 내음과 무늬와 숨결을 마실 수 있을까. 4347.1.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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