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한 권 5분 읽기

 


  순천에서 진주로 달리는 시외버스에서 엄청나게 귀를 찢는 텔레비전 연속극 소리를 잊으면서 시집 하나 5분만에 다 읽고 덮는다. 아니, 시계 초침으로 치면 3분 45초쯤 걸렸나? 순천에 있는 수제비집에 들러서 이곳에 있는 〈전남일보〉를 집어들어 펼치는데 12초만에 다 넘기고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눈길을 사로잡는 이야기가 없고, 찬찬히 읽을 만한 이야기를 느낄 수 없다. 정치와 경제와 사건·사고와 스포츠와 연예인 소식은 있으나, 사람들이 살가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한 꼭지조차 찾아볼 수 없다.


  몇 해 동안 자란 나무를 베어 책을 내고 신문을 낼까? 어떤 숲에서 푸른 숨결 베풀던 나무를 베어 책을 펴내고 신문을 찍을까? 이야기를 사랑하면서 책을 내거나 신문을 내려는 생각인가? 눈길을 끌거나, 작품을 선보이거나, 독자를 끌어모으거나, 광고를 얻거나, 새로운 작품목록을 늘리려거나, 발행부수와 발행호수를 쌓으려는 뜻으로 내는 책이나 신문인가? 4347.1.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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