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으렴
2013년이 저무는 저녁, 큰아이가 좀처럼 잠자리에 들려고 하지 않는다. 더 놀고 싶은 마음일 테지. 가늘게 한숨을 쉬며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는 그림책을 펼치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이것저것 무언가 더 꼬물꼬물 하고 싶은 눈치이다. 잠자리에 눕혀도 한동안 잠들지 않고 자꾸 깬다. 얘야, 잘 때에는 느긋하고 즐겁게 자야, 아침에 개운하고 신나게 일어날 수 있어. 오늘 더 못 논다고 아쉬워 하면 안 돼. 이튿날이 우리한테 있어. 새로운 하루에 새롭게 놀아야지.
음력도 아니고 생일도 아니지만, 새해가 밝으면 큰아이는 일곱 살이 된다. 지난해 이맘때 다섯 살에서 여섯 살로 넘어가던 날을 떠올린다. 그때 큰아이는 “왜 여섯 살이야? 난 다섯 살이야.” 하면서 이레 남짓 ‘여섯 살’ 아니라고 큰소리로 외치고 다녔다. 새로 깨어나는 아침에 “벼리야, 넌 오늘부터 일곱 살이란다.” 하고 말하면 얼마나 알아들을까. 어떻게 받아들일까. 부디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운 꿈을 꾸렴. 언제나 맑으면서 밝은 빛을 가슴에 담으렴. 네 마음과 우리 마음 어느 곳에서나 사랑씨앗 자라서 사랑꽃 피고 사랑나무로 자랄 수 있기를 빈다. 잘 있으렴 지난 한 해야. 그동안 고마웠어. 이제 새해를 맞이할게. 4346.12.3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