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밥
봄부터 부지런히 잎 뜯으면
민들레도 씀바귀도
부추도 고들빼기도
돌나물도 유채도
미나리도 소리쟁이도
한결같이 푸르며 싱그러운 잎
가을까지 고이 베푼다.
늦여름부터 마당 한쪽
까마중 까만 알
날마다 한 줌씩 훑는데
시월 지나고
십일월 지나도
꽃 하얗고
십이월 되어도 새 줄기 뻗어
섣달 흰눈 내린 날에도
밥상에 까마중알 올린다.
이 겨울 지나면
꽃다지 꽃마리 괭이밥도
갈퀴덩굴 환상덩굴 질경이도
날마다 신나게 뜯고 싶다.
4346.12.3.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