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1
후지무라 마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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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297

 


남다른 빛이 흘러
―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1
 후지무라 마리 글·그림
 송수영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3.6.15.

 


  남다른 빛이 흘러 사랑이 됩니다. 똑같은 빛이 흘러도 사랑이 될 텐데, 저마다 다른 고장에서 저마다 다른 꿈을 품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마음자리로 스며드는 남다른 빛 한 줄기 있어 사랑을 느낍니다.


  사랑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거나 받아들이지만, 어떤 사랑이든 따사롭습니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사랑은 포근합니다. 남쪽이건 북쪽이건 사랑은 아름답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이든 사회주의 사회이든, 사랑은 다를 일이 없습니다. 군인이 정치꾼 명령을 받고 서로 치고받으며 죽이는 북새통에서도 사랑은 언제나 똑같아요.


  온누리에 골고루 드리우는 햇볕처럼 모든 사람한테 따사롭게 비추는 사랑입니다. 모든 풀한테 똑같이 찾아드는 햇볕처럼 모든 사람한테 아름답게 스며드는 사랑이에요.


- ‘그래도 솔로 경력은 물론 처녀 경력도 33년이라는 걸 알면, 다들 기겁하겠지. 33년이나 되다니.’ (8년)
- “아, 안녕.” “어젯밤부터 계속 헤어지잔 얘기로 다투느라 힘들어 죽겠어요.” “그런 일로 죽으면 쓰나.” “풋. 아오이시 씨는 참 특이한 것 같아요.” (16∼17쪽)
- ‘남자의 마음을 공부하고 계속 관찰하면서 난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사귈 거라면 성실한 사람을 만나야 해. 마음이 착하고 거짓말 안 하고, 여자를 소중히 여기고, 도박도 안 하고, 씀씀이도 헤프지 않고, 대범하고 …….” (18쪽)

 


  학교에서는 사랑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니, 오늘날과 같은 제도권 학교 울타리에서는 어느 누구도 사랑을 가르치지 않을 뿐더러, 사랑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입시지옥인 학교에서 어떻게 사랑을 가르치나요. 아니, 사랑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할 교사가 있을까요. 대학입시를 코앞에 둔 아이한테 ‘얘야, 우리 교과서는 좀 덮고 사랑을 생각하자.’ 하고 이야기할 어버이가 있을까요. ‘얘야, 너 대학교는 안 가도 되니까, 참다운 사랑부터 제대로 알자.’ 하고 아이 손을 붙잡을 어버이가 있을까요.


  대학교는 안 가도 됩니다. 대학교에 안 간대서 죽는 사람 없습니다. 대학교에 안 가더라도 굶지 않습니다. 대학교에 안 들어갔기에 일자리 못 얻는 사람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모르면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기 마련입니다. 사랑을 배우지 못하면, 학력이 높고 재산이 많으며 이름값이 높다 한들 삶이 재미나지 않아요. 사랑을 배우지 못했을 뿐 아니라, 둘레 이웃이나 아이한테 사랑을 가르칠 수 있는 마음밭이 아니라면, 아름다운 하루를 누리지 못해요.


  우리가 먹는 모든 밥은 사랑으로 짓습니다. 우리가 입는 모든 옷은 사랑으로 깁고 손질하며 빨래합니다. 우리가 잠자고 쉬는 모든 집은 사랑으로 마련하며 돌보고 가꿉니다.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못해요. 사랑이 있어야 아이를 낳지요. 사랑이 있을 때에 어머니가 뱃속에 아기를 열 달 동안 고이 품어요. 사랑이 있기에 아기한테 젖을 물리고, 사랑이 즐겁기에 아이와 하루 내내 살을 부비면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어요.


- ‘아오이시 하나에, 33살 생일에 처녀딱지를 떼어버렸다. 아마도. 말도 안 돼. 띠동갑인 연하남이랑, 이런 식으로, 게다가 거의 기억도 없는 상황. 나 진짜 바보 아냐? 인생에서 단 한 번밖에 없는 첫 경험. 그 경험을 했는지 어땠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끝내다니.’ (46∼47쪽)
- “안경 벗고 먹는 게 낫지 않아요?” “응.” “전 안경 안 쓴 아오이시 씨가 더 좋아요.” (74쪽)
- ‘기분이 이상해. 지금까지 최대한 다른 사람한테 기대지 않고 살아왔는데, 타노쿠라가 다정하게 대해 주니까 응석을 부리고 싶어진다. 역시 남자친구는 특별한 존재구나.’ (101쪽)

 

 


  사랑이 없는 채 찍는 영화가 재미있을까요? 사랑이 없는 채 만드는 연속극이 아름다울까요? 사랑이 없기에 상업영화가 됩니다. 사랑이 없으니 표절을 하거나 도용을 합니다.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점수를 매기지 않아요.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몽둥이나 회초리를 들지 않아요.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오직 사랑으로 이야기합니다. 사랑으로 살아가는 어른은 아이들한테 사랑으로 가르칠 뿐, 손찌검이나 몽둥이질이나 체벌 따위를 하지 않아요.


  사랑이 없는 어른이 정치 얼거리를 아무렇게나 세운 뒤에 입시지옥을 세웁니다. 사랑을 모르는 어른이 입시지옥을 그대로 두면서 제도권교육 울타리에서 ‘학습시장 돈벌이’를 합니다. 사랑하고 등진 어른이 아이들을 ‘인적 자원’이라 여깁니다.


  어느 아이든 부속품이 되려고 태어나지 않아요. 어느 아이든 공무원 부속품이나 공장 부속품이나 회사 부속품이 아니에요. 어느 아이든 사랑을 받아서 태어난 뒤, 사랑을 누리며 살아갈 숨결이에요.


  책은 안 읽어도 됩니다. 사랑으로 쓴 책이 아니라면, 굳이 책을 읽을 까닭 없어요. 책은 몰라도 됩니다. 사랑을 담은 책이 아니라면, 애써 책을 알아야 하지 않습니다. 온통 시험지식만 가득한 교과서를 왜 아이 손에 쥐어 주나요? 사랑을 들려주고 속삭이며 꽃피우는 이야기 그득한 아름다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야지요. 아이를 무릎에 앉히거나 아이하고 나란히 앉아서 도란도란 웃음꽃 지으면서 아름다운 책을 읽어야지요.


- ‘처음으로 남자한테 생일 축하를 받았다. 호텔에 처음 가서 처음으로 남자 옆에서 눈을 떴다. 오늘 하루 난 수많은 첫 경험을 했다. 앞으로 난 이 일을 몇 번이고 떠올리겠지? 몇 번이고.’ (84∼85쪽)
- ‘몇 번이고 그날 밤 일을 떠올렸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이번 일도 그럴지 몰라.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면, 이게 진짜로 마지막 기회라고 한다면, 무조건 뛰어드는 수밖에 없어.’ (86∼87쪽)
- “날 위해서 돈을 안 썼으면 해서.” “그건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지. 자기가 번 돈을 자신을 위해 쓰든, 당신을 위해 쓰든, 그건 그 사람 마음이잖아? 자기가 연상이니까, 혹은 자기가 돈이 더 많다고 그러는 건, 결국 그를 무시하고 있다는 거야. 그 사람도 상처받았을걸.” (161∼162쪽)

 

 


  후지무라 마리 님 만화책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대원씨아이,2013) 첫째 권을 읽습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서른세 살 아가씨는 사랑을 꿈꾸지만 서른세 살이 되기까지 사랑을 만나지 못한 채 일만 하며 살았습니다. 아니, 사랑을 제대로 느낀 적이 없다 할 만하고, 스스로 사랑으로 깊이 파고든 적 없다 해야 옳겠지요. 스스로 사랑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이 아니라 ‘사내는 이래야 해’라든지 ‘이쯤 되는 자격은 있어야지’와 같은 껍데기를 스스로 세우는 바람에 사랑하고는 만나지 못했어요.


  누구라도 그래요. 사랑은 얼굴로 하지 않아요. 사랑은 목소리로 하지 않아요. 사랑은 은행계좌나 자가용으로 하지 않아요. 사랑은 오직 사랑으로만 함께할 수 있어요.


- ‘연애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구나. 지금까지는 나 혼자 그 시간을 다 썼는데. 하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아.’ (114쪽)
- ‘다정하기도 하지. 하지만 난 타노쿠라랑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진짜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어.’ (140쪽)


  남다른 빛이 흘러 사랑이 됩니다. 남다른 빛이란, 남보다 더 많은 어떤 물질이 아닙니다. 남다른 빛이란, 나를 나답게 아끼는 빛입니다. 나를 나답게 바라보면서 살가이 어루만질 수 있는 손길입니다. 나를 나답게 마주하면서 나란히 어깨동무하는 삶을 바라는 꿈입니다.


  이 나라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사랑이 싹틀 수 있기를 빕니다. 이 나라 누구나 착한 사랑을 속삭일 수 있기를 빕니다. 이 나라 사람뿐 아니라, 풀과 꽃과 나무도 사랑스레 뿌리를 내리고 사랑스레 활짝 잎사귀 벌릴 수 있기를 빌어요. 4346.12.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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