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빨래하는 기쁨

 


  손가락이 트는 바람에 며칠 빨래를 못 했다. 오늘 며칠만에 손빨래를 하면서 복복 비비며 아주 즐겁다. 다 마친 빨래를 꾹꾹 짠 다음 마당에 넌다. 바람이 불지 않아 겨울이지만 물기가 잘 마른다. 해가 질 무렵 빨래를 거두어 집안에 옷걸이로 꿰어 넌다. 이제 하룻밤 자고 나면 보송보송 잘 마를 테지.


  손빨래를 할 수 있는 만큼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할 적에도 성가시지 않다. 튼 자리가 갈라져 핏물이 흐르고 따끔거릴 적에는 밴드를 대거나 씌우개로 씌워도 자꾸 성가시다고 느꼈지만, 잘 아물어 아이들 씻기고 빨래를 할 수 있으니 아주 홀가분하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문득 큰아이가 묻는다. “아버지는 왜 이렇게 빨래를 잘 해요? 아버지랑 어머니는 왜 밥도 잘 하고 청소도 잘 하고 설거지도 잘 해요?” “그렇게 하고 싶다 생각하니까 잘 할 수 있지.” “나도 잘 하고 싶은데.” “벼리도 잘 하고 싶다 생각하면서 밥을 잘 먹고 무럭무럭 크면 앞으로 잘 할 수 있어.” “에잉.” 두 아이 저녁을 다 먹이고 설거지를 마친다. 이튿날 먹을 쌀을 씻어서 불린다. 오늘 하루도 조용히 즐겁게 저문다. 4346.12.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동백마을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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