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94] 학교 다니기

 


  신나게 놀고, 사랑을 예쁘게 나누며,
  어깨동무하는 꿈 서로 만나는,
  배움터.

 


  내 어릴 적 학교는 하루라도 빠지면 몽둥이로 찜질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한 주에 두 차례, 때로는 두어 차례 아침모임을 운동장에서 하는데, 앞옆뒤로 나란히를 시키며 줄서기를 해야 했고, 한 시간 남짓 덥든 춥든 꼼짝않고 서지 않으면 뺨을 맞거나 정강이 걷어차이는 곳이었습니다. 군인이 되어 무엇이든 위에서 시키는 대로 따르도록 길들이는 곳이 학교였습니다. 학교 밖으로 나가서 삶을 배울 수도, 사랑을 나눌 수도, 꿈을 꿀 수도 없게 꽁꽁 가두었습니다. 학교를 빠지면 안 되듯이 회사도 빠지면 안 되겠지요. 시키는 대로만 배워야 하듯이, 시키는 대로만 따라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놀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며, 어깨동무하거나 꿈꾸지 못한다면, 학교가 아니고 마을이 아니며 보금자리가 아닌 한편, 나라도 정부도 아닐 테지요. 4346.12.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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