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글쓰기 (강경옥 님 작품 표절 작가한테)
강경옥 님이 그린 만화책 《설희》를 표절한 연속극이 있다. 이 연속극 대본을 쓴 작가가 얼마나 안타까운 넋으로 글쓰기를 하는가를 놓고 글을 하나 썼는데, 어떤 사람이 내 글에 댓글을 붙여 주었다. 이 댓글에는, “8개가 겹쳐? 어이가 없을 뿐이다. 그럼 콩쥐팥쥐는 신데렐라 표절이냐? 두 작품 사이에 유사성은 8개가 훨씬 넘어 인간들아 잘 나가는 작가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생긴 것도 멋 같이 생긴 돼지 작가 강경옥 정말 노답이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더 상처를 받아봐야 또다시 이런 짓 못하겠지 돼지 돼지 강경옥” 하는 이야기가 흐른다.
곰곰이 이 댓글을 살피니 ‘잘 나가는 작가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이라 말하는데, 그 방송작가라는 분이 얼마나 ‘잘 나가는 작가’인지 모르겠으나, ‘잘 나가는’ 틀을 놓고 따지자면, 만화가 강경옥 님은 1985년에 처음 만화가로 발을 디딜 적부터 만화밭에서 ‘잘 나가는 작가’였다. 이제 만화가로서 서른 해 발자취를 남길 텐데, 서른 해 동안 꾸준하게 새로운 작품을 내놓으면서 언제나 ‘잘 나가는 작가’로 이녁 만화를 우리한테 베푼다.
표절 글쓰기를 하는 작가들부터 안쓰럽지만, 표절 글쓰기를 하는 작가를 우러르거나 감싸면서, ‘표절을 한 원래 작품을 쓴 작가’를 함부로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안쓰럽다. 어떻게 이 꼴이 되었을까. 어떻게 이 모양이 될까.
표절 글쓰기를 해서 이름을 날리거나 돈을 벌거나 연속극 대본을 내놓거나 책을 펴내는 이들 모두한테 말하고 싶다. 이녁들이 그렇게 표절 글쓰기로 이름을 날리거나 돈을 벌거나 책을 팔아 보았자, 그런 빛이 얼마나 가겠는가? 나중에 죽어 무덤으로 들어갈 적에 마음이 가벼울까? 표절 글쓰기를 한 이녁 작품을 다른 누군가 슬그머니 다른 표절 글쓰기로 팔아치우려 한다면 이녁들은 어떤 마음이 될까?
표절 글쓰기를 하는 까닭은, 이렇게 할 때에 돈이 되고 이름값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표절 글쓰기를 하면서 글힘(글 권력)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누리고 싶다면 누릴 노릇이리라. 그리고, 권력을 누리는 동안 참다운 사랑도 꿈도 빛도 이녁한테 깃들지 못하는 줄 느끼리라. 권력과 돈과 이름값이란 그야말로 덧없다. 며칠이나 갈까. 몇 해나 갈까.
표절 글쓰기를 한 작가한테 아이가 있을까 궁금하다. 아이가 없다면 나중에 혼인을 해서 아이를 낳을는지 궁금하다. 아이가 자라면서 ‘내 어버이가 표절 글쓰기를 했던 사람’인 줄 나중에 알아챈다면, 어버이로서 아이 앞에서 어떤 얼굴을 들 수 있을까.
원래 작품에 제대로 글삯(저작권 비용)을 치르지 않으면, 돈을 아낀다든지 이녁 이름값을 더 높인다든지 하면서 겉보기로 무언가 대단한 것을 거머쥔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아름답게 거둔 돈이나 이름이 아니라면 아름답지 못한 삶으로 이어진다. 아름답게 빚는 사랑이 아름다운 삶으로 이어진다. 늦게 뉘우칠수록 스스로 수렁에 빠져든다. 늦게 고개 숙일수록 스스로 바보스러운 삶을 이을 뿐이다.
글을 쓰고 책을 내며 작품을 선보이는 우리 모든 ‘글지기’들은 돈이나 이름값이나 힘 때문에 글을 쓰지 않는다. 아름다운 빛을 글 한 자락으로 담아서 곱게 선보여, 우리 삶터를 사랑과 꿈이 가득한 즐거운 보금자리 되도록 일구고 싶기에 글을 쓴다. 표절 글쓰기를 한 작가와 이런 작가를 감싸는 사람들 모두 착하고 참다운 얼굴로 돌아오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4346.12.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