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24. 환하게 빛나라, 내 사진

 


  사진을 찍으면 으레 남이 본다고 할 테지만, 남한테 보여주려고 찍는 사진은 없습니다. 나 스스로 읽으려고 찍는 사진입니다. 다만, 요즈음은 처음부터 작품이나 예술로 내놓으려고 사진을 찍는 이들이 부쩍 늘었어요. 다큐사진도 처음부터 남한테 보여주려고 찍는 사진으로 나아가는 흐름이고, 상업사진 또한 잡지에 실어 사람들한테 보여주려고 찍는 사진으로 굳어지는 흐름입니다.


  혼자만 보거나 읽으려고 사진을 찍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거나 노래를 지을 적에도 혼자만 즐길 마음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남을 생각하면서 찍는 사진일 수 없어요. 남을 살피며 쓰는 글이 될 수 없어요. 남을 헤아려 짓는 노래일 수도 없지요. 왜냐하면, 무언가 스스로 새롭게 짓는 사람은 스스로 즐겁기에 새로 짓습니다. 씨앗을 심어 곡식이나 나무를 돌보는 흙지기 또한, 남한테 잘 보이려고 씨앗을 심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이 꽃을 즐거이 구경하라고 씨앗을 심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기쁘게 맞이해도 즐겁습니다만, 나 스스로 즐겁기에 흙을 일구고 풀과 나무를 가꾸어 꽃을 맞이합니다. 다른 사람이 기쁘게 바라보아도 반갑지만, 나 스스로 즐겁게 누리는 삶이기에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노래를 지어요. 다시 말하자면, 남들이 아무리 좋다 말한다 하더라도 나 스스로 즐겁지 않으면 보람이 없어요. 남들이 아무리 추켜세우거나 우러른다 하더라도 나 스스로 즐겁지 않으면 빛이 없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저 사진’을 아주 좋아하거나 반긴다 하더라도, 나로서는 ‘이 사진’을 마음 깊이 좋아하거나 반기기 일쑤입니다. 평론가들이 ‘저 사진’을 아주 추켜세우거나 자주 이야기해 주더라도, 나로서는 ‘이 사진’을 사랑하거나 애틋하게 여기기 마련입니다.


  삶을 환하게 빛내고 싶어서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손에 사진기를 쥐고 단추를 누르는 동안 가슴속에서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때로는 눈물꽃이 피어나고, 때로는 노래꽃이 피어나요. 때로는 사랑꽃이 피어나고, 때로는 이야기꽃이 피어납니다. 온갖 꽃이 사진 한 장과 함께 피어납니다.


  햇볕처럼 따사롭게, 바람처럼 싱그럽게, 꽃처럼 곱게, 냇물처럼 시원하게, 구름처럼 그윽하게, 무지개처럼 눈부시게, 별빛처럼 포근하게, 사진 한 장 마음으로 기쁘게 맞아들여 즐겁게 찍습니다. 4346.12.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