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기다린다

 


  한밤에 깨어 밤오줌 누겠다는 아이는 으레 안아 달라고 한다. 말은 없다. 몸을 폭 기댄다. 큰아이는 밤오줌을 누고 나서 두 팔을 척 든다. 안으라는 뜻이다. 마루에서 방까지 이미터쯤 되나. 고 짧은 사이를 안아서 눕혀 달란다. 그래, 얼마든지 안을게. 너희가 열 살이 되고 스무 살이 되며 서른 살이 되어도 안아서 잠자리에 눕혀 달라 하면 안아 주지.


  작은아이는 이불깃 여미고 가슴을 토닥이면 어느새 꿈나라로 접어든다. 큰아이는 이불깃 여미고 가슴을 토닥여도 꿈나라로 가지 않는다. 아버지더러 얼른 밤글쓰기 그치고 제 곁에 누우란다. 꿈나라로 함께 가자면서 기다린다. 등 뒤로 큰아이가 기다리는 눈빛을 느낀다. 그래, 네가 그렇게 기다리는데 더 책상맡에 앉을 수 없지. 아버지가 일을 하더라도 네가 노는 곁에서 일을 해야 네 마음이 느긋하지? 늦도록 일하느라 몸을 축내지 말고 알맞게 쉬라는 뜻이지? 셈틀 끄고 얼른 갈게. 4346.12.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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