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장갑
며칠 앞서 빨래를 하고 난 뒤 왼손 둘째손가락 첫째 마디가 텄다. 바야흐로 겨울이로구나. 다른 곳은 아직 안 텄는데, 이곳이 트면서 빨래를 할 때뿐 아니라 설거지를 할 때에도 자꾸 건드려 따끔거린다. 우체국에 가느라 어제 면소재지를 다녀왔는데, 면소재지 하나로마트 앞에서 무언가 잔뜩 늘어놓고 예수님나신날맞이 에누리잔치를 하던데, 고무장갑이 문득 보였지만 슥 지나쳤다. 고무장갑을 한 켤레 장만해야 했을까.
아침에 밥을 차리면서 물이 닿을 적마다 따끔거린다. 또 밴드를 붙여야 할까. 손가락씌우개를 씌워야 할까. 옛날 사람들은 어떠했을까. 옛날 사람들은 흙과 물과 풀을 늘 만지니 손가락이 틀 일 없었을까. 옛날 사람도 똑같이 손가락이 트며 따끔거렸을 테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이 지나가면서 튼 자리에 새 살이 돋고 새 굳은살 박혀 나아졌을까. 옛날 사람은 튼 자리를 천으로 둘둘 동여매고 일을 한 뒤, 일을 마치면 천을 풀어 말렸을까. 4346.12.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동백마을 빨래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