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23. 사진을 왜 찍는가
사진을 왜 찍는가?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언제나 한 마디로 말한다. 찍고 싶어서요. 그러면 왜 찍고 싶은가 하고 물을 수 있겠지. 이때에는, 사진으로 찍어서 언제까지나 곁에서 누리고 싶어서요, 하고 말한다. 즐겁게 찍은 사진 한 장을 오래도록 곁에 두면서 새록새록 지난 어느 한때 이야기를 건사하고 싶으니 사진을 찍는다.
즐겁게 돌아볼 지난 어느 한때 이야기는, 아주 놀랍도록 아름답다 싶은 멧자락이나 바다나 숲일 수 있다. 예쁘장한 아이들 얼굴이나 몸짓일 수 있다. 애틋한 골목동네 옛 보금자리일 수 있다. 어떠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든 나 스스로 즐거우면서 애틋하게 돌아볼 이야기가 있으니 사진으로 찍는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자리에서 찍는 사진도, 이 사진 하나로 수많은 새 이야기 길어올릴 수 있으니 즐겁다.
사진을 왜 찍는가? 즐겁게 누리려고 찍는다. 사진을 왜 찍는가?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려고 찍는다. 사진을 왜 찍는가? 사진 한 장 찍는 동안 웃음꽃이 저절로 피어나니까 찍는다. 사진을 왜 찍는가? 더없이 기쁘고 더없이 반가우며 더없이 반갑다고 느끼면서 찍는다.
사진을 찍는 까닭을 돌아본다. 사진을 읽고 싶으니 찍는다. 사진으로 찍어서 두고두고 다시 읽고(보고) 싶으니 찍는다. 읽으려는 사진을 찍는다. 이웃과 동무한테 보여주기도 하고, 먼 뒷날 아이들한테 물려주려고 사진을 찍는다.
글을 왜 쓸까? 읽으려고 쓴다. 남이 읽든 내가 읽든, 누군가 읽도록 하려고 글을 쓴다. 사진을 왜 찍을까? 남이 읽든 내가 읽든, 누군가 읽도록 하려고 사진을 찍는다. 이야기를 듬뿍 담아서 사진을 찍는다. 이야기를 고이 실어서 사진을 찍는다. 어느 사진은 맑은 웃음이 흐르리라. 어느 사진은 밝은 눈물이 흐르리라. 웃음이 묻어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슬퍼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야기는 웃음만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눈물도 이야기가 되며, 아픔과 생채기가 이야기가 된다.
댐을 짓는다며 물에 가두는 시골마을 모습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다든지, 아파트를 올리려 재개발을 한다고 골목동네 허무는 모습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적에는, 가슴이 아픈 채 찍는다. 지구별 아픈 이웃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을 적에도, 끔찍한 싸움터에서 사진을 찍을 적에도, 아프고 쓰리고 시리며 괴롭지만, 이 삶을 이웃들과 더 널리 나누어 부디 새로운 사랑이 샘솟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된다. 그래서, 사진은 이야기를 찍는다. 사진은 삶을 찍어 이야기를 길어올린다. 꿈을 피우고 사랑을 나누는 빛을 사진으로 찍는다. 4346.12.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