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빛깔 블록 맞추는 어린이

 


  느즈막한 저녁이 되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으려는 큰아이를 물끄러미 지켜본다. 방바닥에 죽 펼친 쌓기블럭을 빛깔에 따라 줄줄 늘어놓더니 차곡차곡 붙인다. 차마 말릴 수 없다. 재우려 했는데 가만히 기다린다. 큰아이가 ‘다 했다!’ 하는 말이 나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린다. 큰아이 나름대로 무언가 재미나게 엮어서 블록맞추기를 끝내고 나서 넌지시 말한다. 자, 이제 자야지? 응, 알았어. 이른아침부터 늦은저녁까지 쉴새없이 이어지던 큰아이 놀이도 이제 저문다. 히유 한숨을 돌린다. 응? 왜 한숨을 돌리지? 고단해서? 뭐, 고단해서 아버지가 혼자 방바닥에 허리 펴려고 드러누워도 스스로 잘 노는데 한숨 돌릴 일 있나. 누가 가르치거나 이끌지 않아도 스스로 놀이를 찾을 줄 아니 얼마나 대견스러운가. 4346.12.2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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