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문득 서는 군내버스

 


  우리 마을 앞으로는 군내버스가 하루에 여덟 대 지나간다. 이보다 드물게 지나가는 마을이 많고, 이보다 자주 지나가는 마을도 많다. 두 시간에 한 대 지나가는 꼴이다. 읍내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적에 버스때를 맞추기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 마을에서 1킬로미터쯤 떨어진 봉서마을에서 내려 십오 분쯤 걸어서 들어가곤 한다. 식구들과 함께 먹을 여러 가지를 큰 가방에 잔뜩 담고 천천히 걷는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느라 겨울에도 땀이 흐른다. 그런데 군내버스가 저기 가다가 문득 선다. 왜 설까. 십오 초쯤 있자니 할매 한 분 버스에서 내린다. 그러고는 군내버스는 다시 달린다. 아하, 할매 한 분이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그만 내릴 곳을 놓치셨구나. 군내버스 일꾼이 할매를 저쪽에서 내려 주었구나. 그래도 할매가 용케 잠에서 깨었으니 저쯤에서 내리실 수 있었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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