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밥상맡에서
누나 곁에 찰싹 달라붙어 앉은 산들보라, 밥상맡에서 숟가락도 젓가락도 쥐지 않는다. 그러면 무엇을 하나. 밥이랑 국이랑 반찬이랑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배고프지 않니? 그저 눈으로 쳐다보아도 배가 부르니? 누나 곁에 앉으니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니? 국내음과 밥내음을 맡는 셈일까. 한참 물끄러미 산들보라를 바라보다가 숟가락에 밥을 퍼서 “자, 먹어야지.” 하니까 입을 쩍 벌린다. 옳거니, 먹여 달라는 뜻이로구나. 그런데 말야, 너 곧 네 살이 되잖니. 네 살이 되는 주제에 이렇게 떠멱이라고 해서야 쓰것느냐. 하기는, 네가 다섯 살이나 여섯 살 되면, 또 아홉 살이나 열 살이 되어서까지 먹여 달라 하지는 않을 테지. 귀여움 부리면서 먹여 달라고 하는 나이도 곧 지나가겠구나. 4346.12.2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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