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노래를 안 부르다
작은아이가 밤오줌을 말끔히 뗀 뒤, 한동안 이불과 이부자리에 밤오줌을 질펀하게 누곤 했지만, 이제 이마저 없다. 큰아이를 돌보는 동안에도 느꼈는데, 아이들이 밤오줌을 말끔히 떼었다고 느낄 적에 얼마나 홀가분하면서 고맙고 눈물이 나는지 모른다. 다만, 이러다가도 너무 힘들게 논 날에는 아이 스스로 모르게 오줌을 지리곤 한다. 괜찮아. 누구나 그럴 수 있거든. 너희가 그럴 적에는 이불을 빨아야 할 때라고 알려주는 셈이니, 외려 반갑지.
아이들이 밤오줌을 잘 가리니, 천기저귀를 댈 일도 빨래할 일도 없다. 빨래해서 말리느라 애먹을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오줌을 가릴 수 있고 똥도 잘 가리는 만큼, 오줌바지와 똥바지 빨래도 나오지 않는다. 아주 어린 아이들 돌보는 어버이라면 잘 알 텐데, 아이들이 오줌기저귀나 똥기저귀를 내놓는다면, 으레 오줌바지와 똥바지를 나란히 내놓는다. 여기에 웃도리에까지 오줌으로 적시거나 똥을 묻혀서 함께 빨도록 덤을 얹기도 한다. 똥오줌 못 가리는 아이들과 살자면, 날마다 빨래를 너덧 차례를 해도 모자라기 일쑤이다.
어린 아이들과 지내며 늘 빨래를 하며 빨래순이처럼 하루를 보내며 손으로 복복 비비고 헹구는 동안 혼자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생각에 젖기도 했다. 이제 빨래 일이 부쩍 줄어들다 보니, 빨래노래 부르는 일 또한 부쩍 준다. 한편, 아이들이 크다 보니, 한 번 입고 벗어던진 뒤 다시 안 입는 옷이 생긴다. 빨 까닭이 없지만, 여러 날 먼지를 먹고 뒹군 탓에 빨아야 하는 옷이 생긴다. 슬금슬금 이마에 골이 팬다. 이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오줌을 누어 빨래하는 옷이나, 아이들이 한 번 입고 아무 데나 던지는 바람에 먼지구덩이가 되어 빨래하는 옷이나, 서로 똑같은 옷이요 빨래 아닌가 하고 느낀다. 한손으로 이마를 살살 문질러 골을 지운다. 아이들이 나한테 예쁜 선물을 주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착하고 멋진 아이들아, 신나게 놀자. 아름답게 노래하자. 기쁘게 어깨동무하자. 너희가 바로 어버이를 어버이답게 가꾸어 주는구나. 4346.12.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동백마을 빨래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