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 안 추워

 


  밤 열두 시 가까운 때에 작은아이가 깬다. 밤오줌 마렵구나. 얼마나 착한가. 바지에 싸지 않고, 기저귀를 대지 않아도 되는 세 살이란! 아이들 밤오줌을 헤아려 기저귀를 대고는 밤새 숱하게 기저귀를 갈고는 이 오줌기저귀를 밤과 새벽과 아침과 낮에 쉴새없이 빨아대며 아이를 돌본 어버이라면, 아이들이 밤에 쉬 마렵다고 잠에서 깨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줄 알리라. 그리고, 이 아이들은 머잖아 어버이가 굳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혼자서 일어나 쉬를 누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어버이가 아이들 밤오줌 가리는 햇수는 아주 짧다. 나는 작은아이 밤오줌 거드는 일을 아주 즐겁게 한다. 큰아이는 앞으로 이태쯤 지나면 거들 일조차 없으리라 느끼고, 작은아이도 누나 따라 대여섯 해쯤 뒤면 어버이를 부르지 않고 홀로 씩씩하게 밤오줌을 챙길 테지.


  밤에 깬 아이인데, 잠을 더 폭 잘 들기를 바라면서 부러 바깥바람을 쏘여 본다. 네가 밤오줌 누는 김에 아버지도 밤오줌을 누어 보자. 작은아이를 왼어깨로 안는다. 작은아이가 “추워.” 하고 말한다. 나는 작은아이한테 “안 추워.” 하고 말한다. 작은아이는 “안 추워?” 하고 묻는다. “그럼. 저녁이잖아. 아니, 밤이잖아. 그리고 우리 집은 안 추워.” “안 추워?” “아직 한겨울도 아니야. 게다가 우리 집은 아주 따뜻하지. 할머니 할아버지 계신 데가 추워. 할머니 할아버지 이 추운 데 잘 계실까 모르겠네.” “할머니 할아버지 추워?” “아침에 전화라도 해 봐야겠다.” “응.” 작은아이를 잠자리에 누인다. 큰아이는 어느새 이불을 걷어찼네. 두 아이 이불깃을 여민다. 작은아이한테 속삭인다. “아버지는 아직 밤에 써야 할 글이 있어 마무리를 지을 테니까 먼저 자렴. 곧 올게.” “응.” 4346.12.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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