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눈

 


  좀 늦게 낮잠을 잔 아이들이 좀 늦게 깨어난다. 배고프지는 않을 테니 따로 주전부리를 챙겨 주지는 않는데, 이 아이들 아무래도 너무 늦도록 안 자려 하기에 토닥토닥 재우려고 하면서, 쉬를 누이고는 바깥을 바라보다가, 어라, 눈이 오네, 하고 깨닫는다. 깊은 저녁에 마을 한 바퀴 빙 돌며 저녁바람 쏘일까 했더니, 전남 고흥에 올들어 제대로 된 첫눈 드리운다. 큰아이는 춥다며 부리나케 방으로 들어간다. 나 혼자 섬돌에 선 채 발가락이 얼든 말든 밤눈을 바라본다.


  아침이 되면 모두 녹을까. 아침이 되어도 살짝 쌓인 채 이럭저럭 눈놀이 할 만큼 될까. 아이들한테 “얘들아, 눈놀이 하고 싶으면 일찍 자야지.” 하고 말할걸 하는 생각은 겨우 재우고 나서 떠오른다. 그래도, 자장노래 부르며 살뜰히 재웠다.


  겨울이라 겨울눈 맞이하는 일이 마땅한데, 겨울에도 포근한 고장에서 살다 보니, 겨울눈은 아예 잊는다. ‘겨울눈’ 하면 봄을 기다리는 나무들이 가지마다 그득그득 맺는 조그마한 봉오리만 떠오른다. 이 찬눈 드리우면서 동백잎은 더 푸르게, 동백꽃망울은 더 단단하게, 이 겨울 씩씩하게 누리겠지. 이제 아이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서 누워야겠다. 아이들이 아버지 기다리겠다. 4346.12.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