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어야 읽는 책
책을 읽고 싶으면, 책을 펼치기 앞서 마음을 펼쳐야 합니다. 내 마음이 어떤 모습인지 가만히 헤아리면서, 마음자락을 책 앞에 펼쳐야 합니다. 맑고 싱그러운 숨을 들이마시고 싶다면, 먼저 내 몸에 깃든 바람을 바깥으로 내보내야 합니다. 핏톨에 얹혀 온몸 구석구석 돌고 난 바람을 살그마니 바깥으로 내보낸 뒤에라야 맑고 싱그러운 숨이 내 몸으로 보드랍게 스며들어 새 기운 솟을 수 있도록 북돋웁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를 꼬옥 안자면 두 팔을 벌려야 합니다. 두 팔을 벌려야 안지, 두 팔을 안 벌려서는 아이를 안지 못해요. 콩씨를 심어야 콩을 거두고, 팥씨를 심어야 팥을 거두어요. 숲에 깃들어야 싱그러운 바람을 마시고, 흙을 일구어야 맛난 밥을 얻어요. 마음을 열 때에 책이 내 가슴으로 파고들어요. 마음을 열고 책을 손에 쥐어 한 장 두 장 넘길 적에 비로소 이야기 한 자락 내 가슴으로 스며들어요.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은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겉훑기로 그쳐요. 마음을 열지 않은 채 책을 손에 쥐면 지식이나 정보는 얻더라도 꿈과 사랑은 누리지 못해요. 마음을 열어 책을 읽으면, 지식이나 정보는 잘 모른다 하더라도 꿈과 사랑을 따사로이 누려요. 꿈과 사랑을 따사로이 누리는 사람은, 책으로 지식이나 정보를 못 얻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삶에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찾아내요.
마음을 열어 사랑을 합니다. 마음을 열어 사랑을 하면서 밥을 짓습니다. 마음을 열어 사랑을 하면서 지은 밥을 먹고 기운을 내어 흙을 일구고 나무와 풀을 돌봅니다. 마음을 열어 사랑을 하면서 지은 밥을 먹고 기운을 내어 흙을 일구고 나무와 풀을 돌보던 손길로 곁님과 아이를 곱게 안으면서 하루를 즐겁게 누립니다. 책은 언제나 우리 가슴속에 있습니다. 4346.12.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