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한 통

 


  오른손 셋째손가락 첫 마디가 죽 찢어져 며칠 동안 손을 제대로 못 썼다. 설거지도 걸레질도 빨래도 퍽 번거로울 뿐 아니라, 손끝이 자꾸 따끔거렸다. 작은 생채기로도 아무런 일조차 하기 힘들거나 싫을 만큼 달라진다고 또 한 번 느낀다. 손가락마디만큼 째졌으니 작은 생채기는 아니랄 수 있는데, 이만 한 생채기는 집일을 하거나 흙일을 하는 사람 누구나 으레 생기기 마련이라고 느낀다.


  며칠 사이에 밴드 한 통을 다 쓴다. 일할 적에는, 그러니까 설거지를 하고 밥을 차릴 적에는, 아이들 씻기고 빨래를 할 적에는, 글을 쓰고 걸레질을 할 적에는, 참말 손끝을 밴드로 단단히 감싸야 한다. 찢어져서 벌어진 틈이 곧 아물기를 바라며 밴드를 대어 단단히 조인다. 반지도 시계도 목걸이도 모두 성가시다고 여겨 아무것도 안 하는 터라, 밴드를 손끝에 감을 뿐인데에도 몹시 힘들다. 그렇다고 밴드를 벗기면 아무것도 못 한다.


  손끝이란 작은 곳일까. 손가락이 잘리거나 부러지지 않았으니, 팔이 잘리거나 부러지지 않았으니, 아무것 아닌 작은 하나로 여겨도 될까.


  아이들은 아주 작은 한 가지 때문에 웃기도 하지만 울기도 한다. 어른들은 아주 작은 한 가지 때문에 즐거워 하기도 하지만 토라지거나 골을 내거나 등을 돌리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작은 하나란, 어찌 보면 모두라 할 수 있고, 온 삶 다스리거나 움직이는 밑바탕일 수 있다. 작은 씨앗 하나에서 우람한 나무가 자라나니, 작은 생채기라 하더라도 알뜰히 살피고 돌보면서 몸을 가꾸어야지 싶다. 아이들 마음밭에 작은 사랑씨앗을 언제나 꾸준히 뿌리는 삶인 줄 다시금 돌아보아야지 싶다. 아이들이 웃을 적에 나도 웃고, 아이들이 노래할 적에 나도 노래하는 삶 누려야지 싶다. 4346.12.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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