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 책읽기

 


  칼자루를 쥐는 사람은 누구일까. 칼자루를 쥔 사람은 무엇을 할까.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또 틈틈이 칼자루를 쥐면서 생각한다. 밥을 안치고 국을 끓이면서 “아버지, 오늘은 뭐 먹어요?” 하고 물어 볼 아이들 말을 떠올린다. 아직 아이들은 아버지한테 밥이 무어냐고 묻지 않는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차려 주는 대로 먹는다. 아침저녁으로 칼자루를 쥔 사람으로서 부엌에 서기까지 따로 무엇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집에 무엇이 있나를 살펴 그때그때 밥차림이 달라진다. 다만, 칼자루를 쥐면서, 우리 아이들이 머잖아 내 옷자락을 잡고 “오늘은 뭐 먹어요?” 하고 물어 볼 날을 기다린다. “오늘은 이거 먹어요!” 하고 내 바짓가랑이 붙잡고 노래할 날을 기다린다. 칼자루를 쥔 사람 마음대로 차리는 밥이란 없이, 칼자루를 쥐고 어떤 밥빛을 선보여 예쁘게 밥맛을 북돋울까 하고 꿈을 꾼다. 4346.12.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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