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 오는 아이
새벽 세 시에 일어나서 어제 못 마친 일을 한다. 서울시에서 마련한 공문서 1100건을 놓고 이 글에 쓴 잘못되거나 아쉽거나 바로잡을 말을 손질하는 일을 두 사람이서 맡아 하는데, 어제는 아이들과 복닥이며 제대로 못했다. 아침에 어제 몫 보내야 하기에 바지런히 책상맡에 앉는데 다섯 시 즈음 큰아이가 잠에서 깨어 아버지 곁에 붙는다. 아무래도 안 좋은 꿈을 꾼 듯하다. 하는 수 없이 셈틀을 끄고 큰아이를 잠자리에 누인 뒤 옆에 나란히 눕는다. 큰아이를 달래면서 등허리를 펴다가 나도 깜빡 잠든다. 살살 동이 틀 무렵 조용히 일어난다. 다시 셈틀을 켜고 일을 하려니, 이제는 작은아이가 잠을 실컷 자고 일어난다. 작은아이 쉬를 누인다. 작은아이는 잠을 달게 자고 일어난 만큼 아버지 곁에 달라붙지 않는다. 일손을 마저 놀린다. 어제 몫은 곧 끝내고 보낸다. 이제 오늘 몫 해야 하겠지. 조금 뒤 큰아이 깨면 둘 다 배고프다 할 테니, 조금 더 일을 한 뒤 아침을 차려야겠다. 하나를 재우면 다른 하나 깨고, 다른 하나 놀려서 재우면 또 다른 하나가 깨고, 이러기를 세 해째 되풀이하니 늘 잠이 모자란데, 작은아이가 몇 살 더 자라면, 이런 일도 앞으로는 누리지 못할 즐거움이 될까. 4346.12.1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