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곁에서 지켜보면서 함께
큰아이가 몽당색연필을 방바닥에 쏟고 그림놀이를 한다. 한창 그림을 그리다가 발가락에 몽당색연필 몇을 끼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가 해 본다. 작은아이가 이 모습을 문득 본다. 큰아이는 다시 손에 몽당색연필 쥐고 그림놀이를 하는데, 작은아이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제 발가락에 몽당색연필을 꽂으려고 용을 쓴다. 잘 되니?
한참 발가락 사이에 쑤셔넣은 끝에 하나씩 들어간다. 이제 작은아이는 즐겁다. 뭔가 하나 크게 이룬 듯한 얼굴이 된다. 아이들 놀이는 쉬 지나간다. 두 아이는 이제 다른 놀이를 한다. 언제 몽당색연필을 발가락 사이에 끼우며 놀았느냐는 듯이 다른 놀이에 빠진다.
어버이가 집에서 다른 일을 한다면 이 모습을 못 보았으리라. 어버이가 집에 없으면 이 모습을 못 느끼리라. 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더라도 사진기를 쥘 생각 못 하면 사진으로 못 담는다.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함께 놀고, 함께 지내며, 함께 이야기를 빚는다. 함께 있는 마음이 글로 살아나고, 그림으로 태어나며, 사진으로 거듭난다.
사진 한 장 찍으려고 사진관에 갈 수 있는데, 애써 사진관까지 안 가더라도 집에서 얼마든지 찍을 수 있다. 사진관에서 예쁘장한 얼굴짓과 몸짓을 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집에서 지내는 결 그대로 사진으로 이야기를 엮을 수 있다. 마음을 담아 삶을 즐길 줄 알면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스러운 하루를 이야기타래 되도록 품는다.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