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받고 싶은 책

 


  책 하나 선물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여러 날 품으며 곰곰이 돌아본다. 어떤 책을 선물받으면 즐거울까. 어떤 책을 나한테 선물해 달라 이야기하면 즐거울까. 이모저모 헤아리다가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한국에서 얼마든지 장만할 수 있는 책이라면 굳이 선물받을 까닭이 없다. 다만, 아직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해 선뜻 장만하지 못하는 책이라면 한국에서 나온 책도 더없이 고마우면서 즐겁게 선물받고 싶다.

 

  무엇보다 내가 선물받고 싶은 책이라 하면, 한국에는 없는 책, 곧 다른 나라에서 나와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은 책이라고 할 만하다.


  일본이나 중국이나 미국에서 나온 사진책, 아르헨티나나 칠레나 브라질에서 나온 사진책, 프랑스나 독일이나 덴마크에서 나온 사진책, 수단이나 이란이나 러시아에서 나온 사진책, 이런 사진책을 선물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고마우며 즐거울까.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 사진책도서관에 두고 싶어 이모저모 살펴서 ‘누리책방 보관함’에 담은 나라밖 사진책이 이천만 원어치쯤 된다. 하나씩 장만하다 보면 언젠가 모두 장만하리라 생각한다. 우리 사진책도서관 책시렁에 얹지 못했어도 내 마음에는 일찌감치 들어온 책들이다. 손으로 쥐어 펼칠 때에도 즐겁고, 마음으로 그리며 헤아릴 때에도 즐겁다. 겨울날 찬바람 흐르는 별빛이 즐겁고, 새 아침 찾아오며 드리우는 햇살조각이 즐겁다.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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