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나무 꽃송이

 


  도시에도 오리나무는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도시 어디에서 오리나무가 자랄 수 있을까. 오리나무를 약으로 삼는 이들도 있지만, 막상 우리 삶자리 둘레에 오리나무를 건사하기란 쉽지 않다. 오리나무뿐 아니라 뽕나무나 대추나무나 감나무나 능금나무 한 그루 느긋하게 자랄 틈을 내주지 않는 도시 사회 얼거리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세울 자리 마련하려고 엄청난 돈과 품을 쓰는 도시 정책이고 행정일 뿐, 오리나무이든 잣나무이든 잘 자라도록 숲과 들을 살리는 도시 정책이나 행정은 찾아볼 수 없다.


  삼월이 무르익을 무렵 복실복실 부푸는 송이가 오리나무 꽃일까. 잎사귀 아직 돋지 않았는데 꽃부터 맺는 오리나무일까. 그러고 보면 느티나무나 초피나무도 꽃인지 잎인지 선뜻 알아보기 어렵게 푸른 빛깔로 조그마한 꽃송이 맺는다. 모두들 이른봄에 푸른 꽃이 피고, 어느새 꽃이 지면서 잎사귀만 더 푸르게 남는다.


  들판에 조그마한 꽃들이 맑게 돋아도 봄인 줄 느끼고, 숲에 복실복실 소담스럽게 꽃송이 다닌 오리나무를 보아도 봄인 줄 느낀다. 4346.12.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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